미친 년의 일상은 더욱 단조로웠다.
눈뜨면서 울고
앉아서 울고
시계를 보고 정신을 차려 세수하고
냉장고에서 음료수캔을 꺼내
눈 뚜댕이에 갖다대며 부은 눈을 가라앉히고
출근을 준비한다
가족 중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내가 울었다는 것을
이럴 때는 따로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아무도 물어주지 않으니
가라앉힐 수 있었다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방을 따로 쓰고 있으니
그저 울음소리만 숨죽여 방에서 삭히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울었다는 것은 천천히 삭힐 수 있다.
이런 날에는 출근할 때 신나는 노래를 들어야 한다
과거의 사람이 떠오르지 않도록
공통분모가 없는 노래를 듣는다
그 사람은 재즈를 좋아했고
내 앞에선 팝송을 부르지 않았으니
오늘의 출근 채널을 담당해줄 사람은
멜론의 신나는 팝송 30선을 꼽아준 DJ
그렇게 한동안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하면서
일에만 매달렸다
효율성은 없었다
생각을 안하면서 일을 했기에 효율성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아무런 일도 아니라고
전해들은 그 사람의 소식은........................................................
나와 헤어지고 조금은 잘되는 거 같았던 사업은
약속이 잘 이행되지 않았고
이직을 했으나 성과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부모님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너무 안풀려서 점집에 갔다가 내림굿을 받으라는 소리를 들었다
해야할 지 고민이다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그 사람의 근황에
멍해지는 일상은 벌을 받고 있었다
"내림굿이라니....."
저녁이면 퇴근하고 문을 잠그며
저 밑에서부터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아니지 않나
내 곁을 떠났다고
사람을 이렇게 내려앉게 할 것은 아닌데............."
그 사람 곁을 떠나게 되었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너무나도 사랑해서
욕도 저주도 하지 못해 주저앉아버리던 내 기억을
나는 원망했다
'조금만 더 잘할껄...
그래서 떠나지 않게 만들껄...'
그렇게 스스로를 얽메이며
나는 방 안에서 스스로를 죽여갔다
그 사람에게 어떠한 위로도 말도 하지 못했고
나 역시 티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아프지않도록 스스로를 다잡으며
상태메세지를 썼으며
아프지않도록 스스로를 다잡으며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나를 위해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for me
상태메세지가 바꿨다고 해서
나의 다짐은 삶에 바로 적용되지 않았다
이 후에도 삶은 지옥과 같았다
울고 기도하다 일하는 삶이 지겹지도 않은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꺍
말 그대로 미쳐 날뛰고 있는 마음이었다
일의 스트레스까지 더해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나에겐 그 상태메세지가
그 사람을 향해 있었고
나는 그 사람이 내 상태메세지를 보고
결정하지 않은 일을 가다듬길 바랐다.
헤어진 지 2년이 되었지만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반응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상태메세지가 그게 뭐니? 당장 바꿔"
나의 상태를 알지 못하는 엄마는
마음하나 헤아리지 못하고 독한 말로 나를 찔렀다.
엄마의 말에
아빠도 가세했다.
"꺍이 뭐냐"
"보기 좋지 않다. 글을 내리거라"
내가 어떤 말을
왜 그런 상태메세지를 했는지
묻는 건 둘째치고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내리라는 그 말에
화가 났다.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꺍꺍
더 미쳤었다.
더 화가났다.
갓 사춘기에 들어선 청소년 마냥
반항기가 올라왔다.
당시에만 해도
그 사람과 헤어진 원인 중에는
'내 부모님의 늦은 결혼 승낙'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여겼으니까
물론 속으론 알고 있었다.
'내 부모님의 늦은 결혼 승락(을 견디지 못한 남친의 식어버린 마음)'이
주 원인이라는 것을
다만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상태메세지로 인해
가족에게 공격을 받은 내 마음이 더 닫혀버린 계기는 그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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